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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서 길을 잃지 않는 다섯 가지

Expedition Journal

능선에서 길을 잃지 않는 다섯 가지

From the Journal of Roland Cheek · Ridge Notes

길을 잃는 사람은 늘 같은 종류의 결정을 한다. 그 결정의 패턴을 미리 알아 두면 자기 자리를 잃지 않는다. 능선의 길찾기는 운이 아니라 다섯 가지 원칙이다. 한 가지씩 자기 몸에 새겨 두면 다음 능선에서도 자기 위치를 잃지 않는다.

다섯가지의 진실

첫째, 출발 전의 한 시간

능선에서 길을 잃지 않는 가장 큰 자세는 출발 전의 한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다. 지도를 펴고 자기 코스를 따라가 보는 한 시간이 능선에서의 다섯 시간을 결정한다. 어느 자리에 갈림길이 있는지, 어느 자리에 표지가 부족한지, 어느 자리에 풍경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지를 미리 마음에 새긴다.

이 한 시간을 생략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길을 잃는다. 능선에 도착해서 지도를 펴기 시작하는 사람은 이미 늦은 사람이다. 능선의 첫 갈림길은 출발 지점에서 30분도 걸리지 않는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갈림길 앞에서 지도를 펴려고 가방을 내리는 동안, 자기 발은 이미 한쪽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는 다음 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둘째, 자기 자리의 표지

능선을 걷는 동안 매 15분마다 자기 위치를 작은 표지로 확인한다. 큰 바위, 굴곡, 나무의 모양 같은 자연 표지를 마음에 새긴다. 이 표지가 자기 자리의 좌표가 된다. 만약 길을 잃었을 때, 그 표지를 다시 찾아가면 마지막으로 확실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한국 산림청 자료에서도 등산로 표시 외에 자연 표지를 함께 기억하라고 권한다. 표시가 사라지거나 가려지는 자리에서 자연 표지가 마지막 안전망이 된다. 너무 작은 표지는 비슷한 것이 많아 헷갈리고, 너무 큰 표지는 시야에서 사라지면 다시 찾기 어렵다. 중간 크기의 독특한 표지가 가장 좋은 좌표다.

셋째, 추위에 대비한 자세

길을 잃을 때 가장 위험한 변수는 추위다. 능선의 추위는 한낮의 추위가 아니다. 야간의 능선 추위, 또는 비가 갑자기 내린 뒤의 추위는 평소의 두 배다. 길을 잃은 뒤 한 시간을 더 헤매다 보면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체온이 떨어지면 결정 능력이 함께 떨어진다.

그래서 가방의 가장 위에 항상 얇은 보온 옷 한 벌을 둔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안개가 능선을 덮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손이 닿는 자리에 보온 옷이 있어야 한다. REI의 추운 날씨 등산 안내에서도 같은 자세를 권한다. 추위를 느끼기 전에 옷을 입는 것이 추위를 느낀 뒤에 입는 것보다 두 배의 효과를 가진다.

배터리의 자세

추위는 도구도 무력하게 만든다. 휴대전화의 배터리는 차가운 환경에서 절반의 시간 안에 닳는다. 위성 비상 신호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추운 날에는 모든 도구를 자기 몸에 가까운 자리에, 안쪽 주머니에 둔다. 가방 안의 도구는 자기 몸의 온기를 받지 못한다.

넷째, 시간의 자리

능선에서 가장 자주 잊히는 것이 시간이다. 풍경에 시선이 머무는 동안 시간은 자기도 모르게 흐른다. 30분마다 시계를 보는 습관을 들이면 자기 시간을 잃지 않는다. 시간을 잃은 사람이 가장 먼저 잃는 것은 자기 위치다. 시간과 거리가 같이 자기를 안내한다.

일몰의 시각을 출발 전에 미리 확인해 두는 자세도 같은 원칙이다. 일몰 두 시간 전까지 자기가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를 미리 계산한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여행 계획 안내에서도 이런 시간 계산을 권한다. 국립공원관리청의 여행 계획 가이드에서는 출발 시각과 귀가 시각을 미리 계획하고, 그 계획을 동행자나 가족에게 알려 두라고 권한다. 단순한 계획 하나가 가장 큰 안전망이 된다.

다섯째, 멈춰 서는 자세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면 곧바로 멈춘다. 헤매면서 다시 길을 찾으려는 자세가 가장 위험하다. 자기 자리를 일단 멈추고, 마지막으로 확실했던 표지를 다시 찾는다. 그 표지로 돌아가는 일이 길찾기의 첫 단계다.

길을 잃은 사람의 본능은 자꾸 앞으로 가려 한다. 다음 모퉁이를 돌면 길이 보일 것 같고, 다음 능선을 넘으면 표지가 다시 나올 것 같다. 그러나 그 본능은 거의 항상 틀린다. 길을 잃은 자리에서 한 발자국씩 더 갈수록 자기 자리는 더 멀어진다. 멈춰 서는 자세, 그리고 마지막 확실한 자리로 돌아가는 자세가 길찾기의 본질이다.

길을 잃은 사람의 본능은 앞으로 가려 한다. 좋은 정찰자의 자세는 멈추는 것이다. 멈춰 서서 자기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자세가 능선의 모든 결정 중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한국 능선의 특수성

한국의 능선은 북미의 능선과 다른 점이 있다. 면적이 작아 한 능선에서 다음 능선으로의 거리가 짧고, 그래서 자기 위치 확인의 단위도 더 작아져야 한다. 30분 단위가 아니라 15분 단위로 자기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한국의 산은 식생이 두꺼워 시야가 닫히는 자리가 많다. 멀리 능선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는 자연 표지가 더 중요해진다. 큰 바위, 큰 나무, 굴곡의 자리를 미리 마음에 새겨 두지 않으면 30분 만에 길을 잃을 수 있다. 한국의 등산 가이드들이 표시 외에 자연 표지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시즌의 한국 능선

같은 한국 능선을 두 번째 시즌에 다시 걸어 본 기록은 늦가을 두 번째 원정의 길에 적어 두었다. 그 글에서 다룬 두 번째 시즌의 자세와 이 글의 길찾기 원칙을 함께 두면, 같은 능선이 다른 시즌에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가가 한 그림으로 정리된다.

길찾기의 마지막 자세

능선에서 길을 잃지 않는 가장 깊은 자세는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두는 자세다. 어느 시간에 자기 호흡이 흐트러지는가, 어느 풍경에 자기 시선이 머무는가, 어느 자리에서 자기 결정이 약해지는가를 아는 사람만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능선은 한 번에 다 익혀지지 않는다. 같은 능선을 세 번, 네 번 다녀 본 사람만 그 능선의 길찾기를 익힌다. 그 시간을 들이지 않은 사람은 매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종류의 길을 잃는다. 능선의 자료는 시간의 자료다. 시간을 쌓은 자세만이 능선을 자기 능선으로 만든다.

한 가지 더 있다. 자기보다 능선을 더 잘 아는 사람과 함께 다녀 보는 자세다. 동행자의 발걸음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 혼자서는 보지 못한 자료가 보인다. 좋은 동행자는 자기 능선의 자료를 함께 나누어 준다. 그래서 야외의 자료는 결국 사람 사이의 자료다. 혼자만의 능선은 깊어지지 않는다. 함께 다닌 능선이 오래 남는다.

길찾기 도구의 우선순위

능선에서 사용하는 길찾기 도구는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첫째는 자기 시야와 자연 표지다. 도구 없이도 자기 자리를 알 수 있는 자세가 모든 도구 위에 있다. 둘째는 종이 지도와 나침반이다.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고, 신호가 잡히지 않아도 작동한다. 셋째는 휴대전화의 지도 앱이다. 가장 편리하지만 가장 빨리 무력해진다.

이 우선순위를 거꾸로 쓰는 사람이 많다. 휴대전화를 가장 먼저 보고, 종이 지도를 거의 보지 않으며, 자기 시야는 풍경 감상에만 사용한다. 그런 자세로 능선을 다니다 한 번 신호가 끊기면 자기 자리를 잃는다. 도구의 우선순위는 도구의 신뢰도에 따라 정해진다. 가장 단순한 도구가 가장 신뢰할 수 있다.

야외 단체들이 가르치는 첫 번째 길찾기 기술이 종이 지도 읽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이 지도는 배워야 쓸 수 있지만, 한번 익히면 평생 작동한다. 디지털 도구는 익히지 않아도 쓸 수 있지만, 환경이 바뀌면 무력해진다. 평생 자기를 보호해 줄 도구를 익혀 두는 자세가 길찾기의 본질이다.

자기 한계의 자료

마지막으로, 자기 한계를 알아 두는 자료를 노트에 적어 둔다. 자기는 하루에 몇 시간을 걸을 수 있는가, 어느 정도의 경사에서 호흡이 흐트러지는가, 어떤 풍경에 자기 결정이 약해지는가. 이 자료는 능선의 자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자료다. 그러나 능선의 길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가장 잘 알려진 능선에서도 길을 잃는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처음 가는 능선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킨다. 능선은 같지만 사람은 매번 다르다. 자기 자료를 매 시즌 갱신하는 자세, 그것이 길찾기의 평생 과제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자기 한계의 표를 다시 적어 두는 사람이 좋은 길잡이가 된다.

모든 길찾기의 마지막 한 줄은 같다. 자기 자리를 잃지 않는 사람만 다음 능선에 다시 갈 수 있다. 능선의 풍경은 다음 시즌에도 거기 있겠지만, 사람의 안전은 매 시즌 새로 지켜야 한다. 길찾기는 풍경을 즐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다음 풍경까지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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