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의 깊이가 말하는 것
발자국의 깊이가 말하는 것
발자국의 깊이는 동물의 무게와 속도를 동시에 말해 준다. 한 자국을 정확히 읽는 자세가 사냥터의 다음 결정을 만든다. 흔적은 자료지만, 그 자료를 읽는 자세는 시간이 길러 준다.
깊이의 의미
같은 흙 위의 발자국이라도 깊이가 다르면 다른 동물이거나 다른 상태의 같은 동물이다. 깊이가 깊을수록 그 순간 동물이 무거웠다는 뜻이다. 무거움은 두 가지에서 온다. 동물의 본래 체중과, 그 순간의 속도다. 정지한 큰 동물보다 달리는 작은 동물의 발자국이 더 깊을 때도 있다.
그래서 한 자국만 보고 결론을 내리는 자세는 위험하다. 적어도 세 자국을 함께 봐야 한다. 첫 자국과 두 번째 자국 사이의 간격이 그 동물의 속도를 말해 준다. 세 번째 자국이 두 번째 자국과 평행하지 않다면 그 동물이 방향을 틀었다는 뜻이다. 세 자국이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된다.
계절의 변수
발자국 분석에서 가장 자주 잊히는 변수는 계절이다. 같은 동물의 같은 무게라도 봄의 부드러운 흙에서는 깊이 박히고, 가을의 단단한 흙에서는 얕게 박힌다. 봄과 가을의 자료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결론이 빗나간다.
흙의 상태
가장 좋은 발자국 자료는 비가 그친 직후의 흙이다. 그때의 흙은 압력을 일정하게 받아들이고, 발자국이 가장 정확하게 남는다. 비가 오기 직전의 흙은 너무 건조해서 발자국이 흐려진다. 비가 며칠 지난 뒤의 흙은 너무 단단해서 발자국이 얕다. 시간을 정확히 잡는 자세가 자료의 질을 결정한다.
눈 위의 발자국
한국의 겨울 산에서는 눈 위의 발자국이 가장 자주 만나는 자료다. 눈 위의 발자국은 흙 위의 발자국과 다른 자료를 준다. 깊이뿐 아니라 가장자리의 흩어짐이 동물의 속도를 더 정확히 보여 준다. 천천히 걷는 동물의 발자국은 가장자리가 또렷하고, 빠르게 달리는 동물의 발자국은 가장자리가 흩어진다.
동물의 무게 추정
발자국의 깊이로 동물의 무게를 추정하는 자세는 단순한 수학이 아니다. 흙의 상태, 동물의 속도, 그 자리의 경사를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 변수만 무시해도 추정은 30퍼센트 이상 빗나간다. 그래서 좋은 추적자는 무게를 추정하기 전에 다섯 가지 자료를 먼저 정리한다.
흙의 상태, 그날의 강수량, 그 자리의 경사, 발자국의 간격, 동물의 방향. 이 다섯 가지가 모이면 비로소 무게의 추정이 의미를 가진다.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정하는 자세는 추정이 아니라 추측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자료의 양에 있다. Art of Manliness 야외 생존 가이드는 흔적 읽기의 자세를 깊이 있게 다룬다.
사람의 발자국
흥미롭게도 발자국 분석의 자세는 사람의 발자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등산로에서 다른 사람의 발자국 깊이를 보면 그 사람의 체중과 속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한 등산 가이드가 알려 준 자료다. 그 사람의 가이드 경험으로는 발자국 깊이로 동행자의 피로도까지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피로한 등산가의 발자국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발을 들어 올리는 힘이 줄어들면서 더 무겁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가장자리가 흐려진다. 발을 정확히 들고 내리는 자세가 무너지면서 발자국이 미끄러진다. 이 두 가지를 보면 동행자에게 휴식을 권해야 할 시간이 보인다.
국립공원의 자료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등산 안전 자료를 자세히 정리해 두었다. 트레일과 하이킹 안전 자료에서 강조되는 것은 자기 한계를 아는 자세다. 발자국 깊이의 변화는 자기 한계가 가까워졌다는 첫 번째 신호다. 자기 발자국을 의식하는 자세가 자기 한계를 의식하는 자세와 같다.
이 자세는 한국의 산림청에서도 비슷하게 강조된다. 한국에서 매년 가을 산행 중에 발생하는 사고의 상당수가 자기 한계를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발자국이 무거워지는 순간 자리에 멈춰서 호흡을 다듬는 자세, 그 자세가 가장 단순한 안전 자세다.
시리즈의 자료
이 시리즈가 어떤 자세로 자료를 다루는가는 About Roland에 정리되어 있다. 발자국 분석의 자세는 그 자료를 다루는 자세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세다. 한 시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세 시즌이 필요하다. 첫 시즌에는 보는 자세가 자라고, 두 번째 시즌에는 비교하는 자세가 자라고, 세 번째 시즌에 비로소 결론을 내리는 자세가 자란다.
한 자국과 평생
가장 깊이 자료를 다루는 추적자들이 평생 보는 자국의 수는 의외로 적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자국의 양이 아니라 자국의 깊이다. 한 자국을 평생 다시 보는 자세가 있다. 같은 자국을 시즌이 바뀔 때마다 다시 보면 자국의 자료가 시즌마다 다르게 보인다. 그 다름을 알아채는 자세가 가장 오래 자란 자세다.
나는 몬타나에서 첫 시즌에 본 회색곰 발자국 사진 한 장을 30년 동안 보관해 왔다. 매년 한 번씩 다시 본다. 같은 사진이지만 매년 다르게 보인다. 처음에는 크기만 보였고, 다음 해에는 깊이가 보였고, 그 다음 해에는 그 자국의 자리가 보였다. 한 자국이 평생의 자료가 된다. 한국의 두 번째 가을, 강원도의 한 능선에서 본 멧돼지 발자국이 그렇게 평생의 자료가 될 것 같았다.
초보 추적자의 자세
처음 추적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자세는 자기 발자국을 자세히 보는 자세다. 자기 발자국의 깊이와 간격을 한 시즌 동안 정리해 보면, 다른 동물의 발자국을 보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자란다. 자기 자료가 비교의 기준이 된다.
이 자세는 한국에서 처음 추적을 배우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권할 수 있다. 한국의 산에서 자기 발자국을 한 시즌 동안 정리한 사람은 다음 시즌에 다른 동물의 발자국을 빠르게 읽는다. 자료의 시작은 늘 자기 자료다. 다른 자료는 자기 자료가 충분히 자란 다음에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발자국과 시간
발자국에는 시간의 자료가 함께 담긴다. 같은 자국이라도 새 자국과 오래된 자국이 가장자리에서 구분된다. 새 자국의 가장자리는 또렷하고, 오래된 자국의 가장자리는 부드럽다. 풍화의 자료다. 한 시간 전의 자국과 하루 전의 자국이 가장자리만 보아도 구별된다.
이 자료를 읽는 자세는 추적의 깊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단지 어떤 동물이 지나갔는가가 아니라 언제 지나갔는가까지 자기 자료가 된다. 이 자세는 한 시즌 안에 익혀지지 않는다. 적어도 두 시즌이 필요하다. 첫 시즌에는 가장자리의 변화를 알아채는 자세가 자라고, 두 번째 시즌에 비로소 그 변화의 시간 자료가 자기 안에 자리잡는다.
한국 산의 발자국 자료
한국의 산은 작아서 발자국의 종류가 한정적이다. 멧돼지, 고라니, 노루, 너구리, 토끼. 이 다섯 가지가 한국 능선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발자국이다. 다섯 가지의 자료를 정리하는 데 한 시즌이면 충분하다. 북미의 경우 같은 자료를 정리하는 데 세 시즌이 필요하다.
한국 자료의 밀도가 북미 자료의 밀도보다 높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놀라웠다. 짧은 시즌, 작은 산이지만 자료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한 자료의 깊이가 더 깊다. 같은 멧돼지 자국을 한 시즌에 30번 볼 수 있는 한국의 능선이 북미의 한 시즌에 3번 볼 수 있는 능선보다 깊은 학습을 만든다.
발자국의 사진

발자국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자세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사진의 옆에 자기 손이나 동전을 함께 두는 자세다. 크기의 기준이 없으면 사진의 발자국은 크기를 알 수 없다. 손은 자기의 손이라 크기가 일정하지 않지만, 동전은 어느 자리에서도 같은 크기다. 동전 하나가 발자국 사진의 자료를 두 배로 만든다.
이 자세는 미국의 자연사진가들 사이에서 오래된 자세다. 한국에서 비슷한 자세를 본 적은 없었지만, 한국 큐레이터에게 알려 준 다음에는 한국의 일부 등산 사진가들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은 자세지만 자료의 양을 두 배로 만드는 자세다. 자료의 깊이는 결국 한 자료에 두 가지 정보를 함께 담는 자세에서 만들어진다.
발자국의 마지막 자세
좋은 추적자가 한 자국 앞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자세가 있다. 그 자국을 사진으로 기록한 다음에는 그 자국을 흙으로 다시 덮어 두는 자세다. 다른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료를 새 자료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자세다. 자기 자료를 자기 안에 두는 자세, 그러나 그 자료의 자리는 다음 사람을 위해 그대로 두는 자세. 이 두 자세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자리가 좋은 추적자의 마지막 자세다.





